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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57년 만에 대수술… 사형제는 유지

윤이보헬로리 2010. 8. 26. 15:14

형법 57년 만에 대수술… 사형제는 유지
법무부 개정試案 공개, 자유형 단일화… 피해회복명령 추가
작량감경 규정 폐지하는 대신 정상감경 규정 신설
자격상실·자격정지·과료·몰수, 刑의 종류서 삭제


징역형과 금고형으로 구분되던 자유형이 징역형 하나로 통일되고 자격상실과 자격정지, 과료, 몰수가 형의 종류에서 삭제되는 등 형법이 전면 개정된다. 지난 53년 형법 제정 이후 57년 만에 이뤄지는 대수술이다. 또 집행유예의 조건으로 치료명령과 피해회복명령이 추가되고, 사회적 관심을 끌고있는 사형제도는 국민의 법감정 등을 고려해 유지된다. 작량감경 규정이 폐지되는 대신 정상감경 규정이 신설돼 감경기준이 구체화되고 감경폭도 법률상 감경규정과 동일하게 명확해진다.

이와함께 누범 및 상습범 가중규정이 폐지되고 보호감호제도가 부활돼 보호관찰·치료감호제도와 함께 형법에 편입된다.

법무부는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8층 엘하우스에서 ‘형법총칙 개정 공청회’를 개최하고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위원장 이재상)가 마련한 형법 개정시안을 공개했다. 법무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개정안을 확정한 뒤 본격적인 법개정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 자유형 단일화·벌금에 대한 집행유예도 허용= 개정시안은 우선 징역형과 금고형로 이원화되어 있던 자유형을 징역형 하나로 단일화했다. 또 자격상실·정지와 같은 명예형도 형벌의 종류에서 삭제하되 형의 부수효과 중 하나로 규정했다.

논란이 됐던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도 허용키로 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벌금액의 상한선은 규정하지 않았지만, 벌금형의 위하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집행유예기간을 자유형과 동일하게 1년 이상 5년 이하로 하고, 집행유예조건으로 현행 보호관찰, 사회봉사·수강명령 외에 치료명령, 피해회복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함께 집행유예 결격사유를 ‘고의로 죄를 범한 때’로 제한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하고,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1년 이하의 징역형 선고시에는 집행유예기간 중에도 또다시 1회에 한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선고유예와 관련해서는 선고유예할 수 있는 벌금액의 상한을 300만원 이하로 구체화하고, 선고유예시에도 현행 보호관찰외에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을 부과할 있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진 미결구금일수 일부산입 관련규정은 전부산입으로 고치고, 누범규정은 보호감호제도 도입을 전제로 폐지하기로 하는 한편, 추징금에 대한 시효규정도 도입해 5년으로 정했다. 하지만 범죄자의 재산에 따라 벌금형을 차등 부과하는 일수벌금제는 재산상태에 대한 조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도입되지 않는다.

◇ 작량감경 규정 삭제, 정상감경으로 전환= 개정시안은 또 현행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감경사유와 감경의 폭을 구체화했다.

개정시안은 우선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량감경이라는 용어를 정상감경으로 바꾸고, 법률에 정해진 사유가 있을 경우에 감경을 검토하도록 하는 한편 그 폭도 법률상 감경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정상감경사유는 △범행의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노력에 의해 피해자의 피해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이 회복된 경우 △피고인이 자백한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범행의 수단, 방법, 결과에 있어 특히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 다섯 가지다.

정상감경의 폭은 법률상 감경규정을 준용해 △사형을 감경할 때에는 무기 또는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무기징역을 감경할 때는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유기징역·구류·벌금을 감경할 때는 형기 또는 장기·다액의 2분 1을 감경하게 된다.

◇ 누범·상습범 가중처벌 폐지하고 보호감호 부활시켜 형법에 편입= 누범 및 상습범 가중규정이 폐지되는 대신 보호감호제도는 치료감호·보호관찰제도와 함께 형법으로 편입된다. 지난 2005년 역사속으로 사라진 보호감호제도가 형법전에 도입돼 부활하게 된 것이다.

개정시안은 살인·상해·유괴·강간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르고 누범성이나 상습성이 인정되는 사람에게 최장 7년 이내의 보호감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보호감호 대상범죄를 저질러 3회 이상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합계가 5년 이상인 자가 최종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거나 면제받은 후 5년 이내에 다시 대상범죄를 고의로 저지르고 1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은 때에는 보호감호처분 대상이 된다. 또 대상범죄로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가 최종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거나 면제를 받은 후 5년 이내에 실형을 받은 죄와 동종 또는 유사한 범죄를 2회 이상 범해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보호감호처분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보호감호의 선고를 받은 자가 그 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거나 면제를 받은 후 5년 이내에 보호감호를 받은 죄와 동종 또는 유사한 범죄를 범해 상습성이 인정된 때에도 보호감호에 처해진다.

다만, 개정시안은 적절한 보호감호제도 운용을 위해 보호감호의 집행유예를 위한 중간심사제도를 도입했다. 보호감호가 선고된 경우 징역형의 집행을 종료하기 6개월전에 반성의 정도와 교정성적 등을 바탕으로 보호감호를 실제로 집행할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해 필요적으로 심사하게 한 것이다. 보호감호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판결로 2년 이상 7년 이하의 기간동안 보호감호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시안은 또 보호관찰의 요건을 당연개시와 법원선고에 의한 개시로 세분화했다. △보호감호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가출소한 때 △가출소 또는 가종료됨 없이 보호감호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만료된 때 △보호감호의 집행을 유예할 때 △치료감호의 집행중인 자가 가종료되거나 치료위탁된 때에는 보호관찰이 당연 개시된다. 법원선고에 의한 보호관찰개시는 보호감호의 개시요건인 특정강력범죄를 고의로 범한 사람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할 경우와 재범의 위험성 정도를 고려해 판결로 징역형 집행종료 이후의 보호관찰을 함께 명할 때 등이다. 보호관찰이 개시되는 경우에는 판결 또는 행정처분으로 보호관찰기간 범위내에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 정범 규정 신설, 특수교사·방조는 폐지= 공범과 관련해서는 △정범 규정 신설 △간접정범의 정범성 강화 △특수교사·방조 폐지 △공범과 신분규정 명확화 등 크게 4가지 분야에서 큰 변화가 있다.

개정시안은 우선 정범과 관련해 공동정범만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형법과 달리 정범을 정의하는 독자적인 조항을 두도록 했다. 학설상 정범으로 분류되지만 특수교사·방조와 같은 조항에 규정됨으로써 해석상 정범성 여부에 논란이 있었던 간접정범을 독자적인 정범조항에 함께 규정했다.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는 현행 규정내용도 ‘교사 또는 방조하여’ 부분은 ‘이용하여’로,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는 부분도 ‘정범으로 처벌한다’로 각각 고쳐 정범성을 명확히했다.

해석상 논란이 많았던 형법 제33조 공범과 신분관련 조항은 보다 구체화했다. 진정신분범과 부진정신분범의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내용을 두개 조항으로 나누고 진정신분범에 가담한 비신분 공범에 대한 임의적 감경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공모공동정범, 공범의 중지미수, 공범의 종속성과 관련한 책임 개별화 원칙 등의 규정은 신설하지 않기로 했다.


[ 2010-08-26 ]
이윤상 기자 lee27@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