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리더상과 최근 한농협 회장선거를 보면서..
요즘에도 여전히 인기가 높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박항서 감독은 언젠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를 선택한 베트남 축구에 내가 가진 축구 인생의 모든 지식과 철학 그리고 열정을 쏟아 붓겠다"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用之則行 舍之則藏(용지즉행 사지즉장 : 쓰이면 나아가 행하고, 쓰이지 않으면 간직한다)"을 할 줄 아는 리더쉽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쓰이는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뛰어난 경륜이라도 그 조건이 맞지 않을 때는 쓰이지 않는다.
그런 리더는 쓰이면 전념하여 실행하지만, 쓰이려고 조바심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쓰이지 않을 때는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더욱 자신의 내면을 풍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다. 박항서 감독의 이러한 자세가 한 국가에 엄청난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박항서 감독은 그렇다 치자. 요근래 한국농아인협회(한농협) 회장선거를 보면서 “君子, 矜而不爭 群而不黨(군자, 긍이불쟁 군이불당 : 군자는 긍지를 가지면서도 다투지 않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도 편당하지 않는다)"라는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 자꾸 생각남은 왜 일까.
좀 더 세련된(?) 말로 해석하자면 이는 ‘잘난 체 하지 않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대화하며,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되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이 구절을 한 조직 혹은 모임의 대표성을 지닌 사람은 어떤 태도와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지적해주는 격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렇다면, 작금의 우리 한국농사회에서 과연 이러한 리더쉽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아! 나도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불행하게도 주변의 많은 농인들이 한농협의 현 상태가 최고 수장인 한농협회장 선거판이 공명정대하다기 보다는 상호비방과 무법천지로 인해 엉망진창이라고 삿대질들을 많이 하는 듯하다. 어쩌면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도 한다. 아니 내가 보기에는 위기의 현실이 딱 맞는 것 같다. 같은 농인당사자이자 협회의 일개회원으로서 참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뿌리가 튼실하면 쉽게 흔들리지 않듯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 하는 것이 어려움과 위기를 이겨내는 최선일 수도 있는 법이다, 오히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는 ‘기본’을 바탕으로 축적된 힘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 힘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힘은 법과 원칙의 준수라는 대전제하에 일반농회원 개개인의 지혜와 작은 힘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모름지기 빛이 넓어지면 어둠은 좁아지게 마련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선한 기운의 빛이 넓어지고 갈등과 대립의 어둠을 넘어설 때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한국농사회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반농인의 작은 힘들이 모일 때 우리는 분명 어둠에 싸인 작금의 한국농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고 혼란에 싸인 우리의 한농협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혼돈의 한농협을 바로 세우고 빛을 넓히는 일에는 너와 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협회장 선거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법과 원칙 그리고 상식을 존중하는 농인당사자이자 일반회원들의 중추적인 역할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부디 한농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각 후보 진영의 참모들과 지지자를 간의 갈등과 대립 반목, 질시, 근거 없는 비난 등이 화해와 화합으로서 잘 갈무리되고 공명정대한 선거로 한국농사회 역사에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
우리 한국농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 대사회적인 엄청난 시너지효과는 물론 긍정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 “君子, 矜而不爭 群而不黨(군자, 긍이불쟁 군이불당)"하는 그런 훌륭한 리더가 금명간 우리 앞에 백마를 타고 꼭 나타나기(선출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