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편,, 첫눈 오는 날..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作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엽서 - 作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
골고루 가볍게
조심조심
내리는 눈
고요하고 순결한
첫눈의 기침 소리에
온 세상이 놀라네
첫 마음 첫 설렘
잃지 말고 살라고
오늘은 사랑처럼
첫눈이 내리네
욕심을 버린 가벼움으로
행복해지라고
자유로워지라고
오늘은 기도처럼
첫눈이 내리네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으로
하얀 눈사람 하나
마음 안에 빚어 놓는
나의 새해 나의 새날
첫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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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하는 것잃까
애통하게도
그런 약속을 해 본적도 없이 나는 늙기 시작했다.
사실,,
준비 없이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사랑처럼 첫눈은 반가운 손님이다.
약속은 없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없어질줄 모르는
첫눈이 오는 날의 설레임,, 알 수 없는 그 기다림으로,,,
지금도 첫눈이 오는 날이면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
청승맞게 서성거리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