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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두편,, 첫눈 오는 날..

윤이보헬로리 2017. 12. 7. 22:10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作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엽서 - 作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


골고루 가볍게

조심조심

내리는 눈


고요하고 순결한

첫눈의 기침 소리에

온 세상이 놀라네


첫 마음 첫 설렘

잃지 말고 살라고

오늘은 사랑처럼

첫눈이 내리네


욕심을 버린 가벼움으로

행복해지라고

자유로워지라고

오늘은 기도처럼

첫눈이 내리네


새롭게 태어나는 기쁨으로

하얀 눈사람 하나

마음 안에 빚어 놓는

나의 새해 나의 새날

첫 그리움이여 




**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하는 것잃까


애통하게도

그런 약속을 해 본적도 없이 나는 늙기 시작했다.


사실,,

준비 없이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사랑처럼 첫눈은 반가운 손님이다. 


약속은 없지만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없어질줄 모르는

첫눈이 오는 날의 설레임,, 알 수 없는 그 기다림으로,,,


지금도 첫눈이 오는 날이면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 

청승맞게 서성거리는 나를 본다.